조선 정치의 절정기, 당대 최고 권력자 송시열을 무릎 꿇린 20대 청년 왕이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조차 제어하지 못했던 인물을 단숨에 사사한 왕, 숙종. 이 글은 ‘정통성과 정치력’을 동시에 갖춘 그가 어떻게 왕권을 장악하고 조선 후기를 설계했는지, 그 결정적 장면들을 가계도와 함께 되짚는다.
조선사에서 가장 완벽했던 정통성
숙종은 조선에서 보기 드문 3대 적통 계승자였다. 할아버지 효종, 아버지 현종에 이어 정실부인 명성왕후 소생의 외아들로 태어난 진정한 적장자 출신 군주였다.
아버지 현종과 정실부인 명성왕후의 사이에서 태어난 외아들로, 태어날 때부터 ‘원자’로 칭해진 정통 중의 정통. 그가 12세에 왕위에 올랐을 때, 법적으로는 수렴청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는 이를 건너뛰고 곧바로 친정을 시작한다.
이는 조선 역사상 전례가 드문 일로, 그의 친정은 단순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누구도 숙종의 친정을 막을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장렬왕후와 명성왕후 두 대비가 살아 있었고, 외척들 또한 대부분 서인이었지만, 이들이 권력을 쥐지 못한 건 숙종의 정통성이 그만큼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조선 초 단종도 3대 적통 계승자였음에도 정치력에서 밀려났던 사례를 보면, 숙종은 정통성과 정치력을 모두 갖춘 군주였다. 그 덕에 외척 또한 강하게 개입할 수 없었다. 그의 왕권은 출발부터 ‘무결점’이었다.

단숨에 송시열을 제압한 어린 숙종
숙종은 즉위 초기부터 송시열과의 관계를 경계했다. 할아버지 효종과 아버지 현종도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서인의 정신적 지주 송시열과 정면으로 맞섰고, 특히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을 원자로 삼는 문제(세자 건저 문제)에서 치열하게 충돌했다.
경신환국(1680) 이후 서인 정권은 더욱 기세등등했고, 송시열은 고향에 머무르며 국정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세를 자랑했다. 하지만 숙종은 이를 단호히 제압했다. 결국 그는 송시열을 사사하며, 왕권의 실체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분명히 각인시켰다.
이 사건은 숙종이 직접 왕권의 우위를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였다. 첫 환국 이후 불과 9년 만에 이어진 1689년의 두 번째 환국(기사환국)에서는, 서인을 대거 몰아내고 인현왕후를 폐위시키며 남인을 재등용했다. 두 차례 환국은 숙종이 어떻게 당파를 장악하며 권력의 중심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다.
숙종은 서인과 남인을 번갈아 숙청하고 등용하면서 환국 정치를 자신의 도구로 삼았고, 장희빈을 중전으로 앉히는 등 왕권을 앞세워 정국을 쥐락펴락했다. 피바람 부는 정국 속에서도 그 중심에는 늘 숙종이 있었다.
강력한 왕권으로 숙종은 뭘 했나
숙종의 왕권은 신하를 제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와 질서를 바로잡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는 광해군 대에 처음 시행된 대동법을 숙종 연간에 이르러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하며 조세 체계를 실질적으로 완성했고, 상평통보를 본격적으로 유통시켜 조선의 화폐 경제 기반을 다졌다.
또한 단종 복권을 포함한 과거사 정리 작업도 단행했다. 이는 자신의 조상들이 남긴 정치적 흠결을 정면으로 인정한 행보로, 완벽한 정통성에서 오는 자신감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이는 정치적 정통성을 공고히 하고 왕권을 정당화하는 전략이었다.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숙종은 정치와 경제 전반에 걸쳐 자신의 힘을 체계적으로 심어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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